📚 교육

시간은 마일리지다 - 입시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매일 하는 말

저는 체육 입시 현장에서 오래 일해 왔습니다. 훈련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학생들을 매년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생겼습니다.

“시간은 마일리지야. 아껴 쓰고, 꼭 필요한 순간에 꺼내 써.”

처음엔 그냥 잔소리 대신 만든 비유였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이 비유가 시간의 성질을 꽤 정확하게 설명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학생들에게 하던 이 말을 조금 길게 풀어보겠습니다. 수험생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아시게 될 겁니다. 이건 어른의 시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시간이 왜 돈이 아니라 마일리지인가

“시간은 돈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만, 저는 이 비유가 절반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벌 수 있습니다. 잃어도 다시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하루 24시간에서 단 1분도 늘릴 수 없습니다.

시간의 성질은 오히려 항공사 마일리지와 닮았습니다.

첫째, 마일리지는 매일 자동으로 적립되지 않습니다. 비행기를 타야, 카드를 써야 쌓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흘러가는 하루는 적립되지 않고 소멸합니다. 무언가를 미리 해두는 방식으로만 “적립”이 됩니다. 오늘 밤에 내일 아침 훈련 가방을 싸두는 것, 주말에 다음 주 공부 계획을 짜두는 것. 이런 행동이 미래의 나에게 시간을 적립하는 것입니다.

둘째, 마일리지에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안 쓰면 소멸합니다. 수험생의 시간에는 아주 명확한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시험 날짜입니다. “나중에 몰아서 하면 되지”라는 말은, 유효기간이 다 된 마일리지를 만기 하루 전에 쓰겠다는 계획과 같습니다. 쓸 수는 있는데, 쓸 수 있는 곳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셋째, 마일리지의 가치는 언제 쓰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마일리지도 비수기 평일에 쓰면 제값을 하고, 아무 데나 쓰면 헐값이 됩니다. 시간도 똑같습니다. 같은 한 시간이 시험 전날에는 금값이고, 방학 첫 주에는 아무렇지 않게 버려집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시간이 헐값일 때 낭비하고, 금값일 때 부족해서 발을 구른다는 것입니다.

적립: 시간을 쌓는 유일한 방법은 ‘미리’입니다

현장에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학생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단한 공부법이 아니라, 미리 해두는 습관입니다.

  • 훈련 전날 밤에 가방을 싸두는 학생은 아침마다 10분을 적립합니다.
  • 수업 직후 5분간 그날 배운 것을 훑어보는 학생은 시험 기간에 몇 시간을 적립합니다. 같은 내용을 2주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이해하려면 몇 배의 시간이 들기 때문입니다.
  • 몸 관리를 미리 하는 학생은 가장 큰 적립을 합니다. 부상으로 한 달을 쉬는 것은 마일리지 계좌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입니다.

포인트는 “미리 하는 일”이 대부분 5분에서 10분짜리 작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적립은 티끌처럼 되고, 소멸은 뭉텅이로 됩니다. 그래서 쌓는 사람과 안 쌓는 사람의 차이가 몇 달 뒤에 크게 벌어집니다.

소멸: 시간이 새는 곳은 언제나 ‘틈’입니다

학생들의 하루를 관찰해 보면, 시간을 크게 낭비하는 학생은 의외로 드뭅니다. 하루 종일 노는 학생은 본인도 알고 있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틈새로 새는 시간입니다.

훈련 끝나고 씻기 전까지 휴대폰 20분. 밥 먹고 자리에 앉기까지 30분. 공부 시작 전 “뭐부터 하지” 고민 15분. 이런 틈이 하루에 서너 번이면 두 시간입니다. 한 달이면 60시간, 수능까지 남은 기간으로 계산해 보면 학생 본인이 제일 놀랍니다.

틈새 시간을 없애는 방법은 의지가 아니라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훈련 끝나면 바로 샤워, 샤워 후 바로 영어 단어 30개”처럼 행동과 행동 사이를 이어 붙이면 고민하는 틈 자체가 사라집니다. 다음에 뭘 할지 매번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조용한 시간 낭비입니다.

사용: 꺼내 쓸 순간을 미리 정해두세요

여기까지가 “아껴 쓰라”는 이야기였다면, 이 비유의 진짜 핵심은 뒷부분에 있습니다. 꼭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쓰라는 것입니다.

마일리지를 모으기만 하고 못 쓰는 사람이 있듯이, 시간을 아끼기만 하는 것도 잘못된 사용법입니다. 아낀 시간은 결정적인 순간에 과감하게 지출해야 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시간을 “꺼내 쓰라”고 말하는 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 시험 직전 2주. 평소에 시간을 적립해 둔 학생만이 이 시기에 하루 종일 약점 보완에 시간을 쏟을 수 있습니다. 평소를 낭비한 학생은 이 시기에 밀린 진도를 따라가느라 정작 마무리를 못 합니다.
  • 슬럼프가 왔을 때. 의외라고 생각하실 텐데, 저는 슬럼프가 온 학생에게 반나절을 통째로 쉬라고 말합니다.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 같지만, 무너진 채로 사흘을 끄는 것보다 반나절을 지출하고 회복하는 쪽이 훨씬 쌉니다.
  •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모의고사, 중요한 실기 측정, 컨디션이 유난히 좋은 날. 이런 날은 평소 계획을 접고 그 기회에 시간을 몰아넣어야 합니다. 마일리지는 성수기 좌석이 풀렸을 때 쓰는 것입니다.

반대로 남의 급한 일, 미룰 수 있는 약속, 하다 만 일 마무리 같은 곳에 금쪽같은 시기의 시간을 헐값에 지출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시간을 꺼내 쓰기 전에 한 번만 물어보면 됩니다. “이게 내 마일리지를 쓸 만한 일인가?”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세 가지

  1. 적립 습관 하나 만들기 - 자기 전 5분, 내일 할 일 세 가지와 가장 먼저 할 일 하나를 정해두세요. 아침의 방황이 사라집니다.
  2. 틈새 하나 막기 - 하루 중 시간이 새는 틈을 딱 하나만 찾아서, 그 틈에 할 행동을 미리 정해두세요.
  3. 지출할 날 정하기 - 이번 달 안에 시간을 몰아 써야 할 중요한 날을 달력에 표시하세요. 그날을 위해 아끼고 있다는 감각이 생기면, 아끼는 것이 덜 억울해집니다.

학생들에게 매일 하던 말을 이렇게 길게 풀 줄은 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줄이면 결국 이 한 문장입니다. 시간은 마일리지입니다. 아껴 쓰고, 꼭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쓰세요.